2022. 4. 19. 10:00ㆍ작품 읽어보기
어부 한슈라
변월룡 작가에 대해서 들어보신 분 계신가요?
아마 아시는 분보다는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으실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아니라 구(舊) 소련에서 태어났고 우리나라에는 단 한 번도 온 적이 없는 고려인이기 때문입니다.
소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아마도 ‘사회주의’입니다.
국가의 이념을 사회주의로 채택하였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유토피아로서의 국가 이념을 심어주고 선전할 필요가 있었죠. 이는 문학, 건축 등 모든 분야에서 일어났고 당연히 예술분야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형태를 잘 알아보기 힘든 추상보다는 구상이 훨씬 효과가 컸을 것이고.. 그 중에서도 리얼리즘은 현실의 재현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메시지를 담는 예술로 적합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사회주의와 리얼리즘이 만난 것은 시너지를 내기 위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사회주의 노동영웅 한슈라의 초상은 사회주의 노동자 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원래 사람의 크기보다 과장해서 그린 이 작품은 기념비적 느낌이 들기까지 합니다. 보통 초상화를 상상하시면 귀족, 귀부인, 왕이 떠오르실 겁니다.
초상화는 대부분 기록용으로 주문 제작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초상화는 실제 인물보다 좀 멋지게 그려지죠. 그런데 이 여인의 얼굴은 햇볕에 그을렸고 주름살은 더욱 강조되었습니다. 비례보다 크게 그려진 손은 노동자의 상징입니다. 그녀가 수확한 수확물은 그야말로 풍요로워 보입니다. 당당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 여인의 모습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의 목표가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여인은 한슈라라는 고려인으로 소련 최초로 노동영웅이라는 칭호를 받았습니다. 한슈라는 수많은 자식들을 낳고 길러낸 어머니라는 점을 높게 평가받아 노동영웅으로 추대된 인물로, 직업은 어부였습니다.
당당하게 서있는 건장한 신체와 미소를 띤 얼굴, 전방을 주시하는 시선 한 마리만 먹어도 배부를 것 같은 신선한 생선의 그림을 통해 노동자에게 사회는, 당근과 채찍을 같이 준 것입니다.
이 사회에 노동자가 얼마나 중요한가 그런 그들을 계속 영웅시하면서 말이죠.
이런 노동자의 모습이 전시장에 많이 걸려져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무식한 노동자들도 ‘아, 우리가 저런 사람이구나…’ 라고 ~ 정말 너무 고통스럽지만 그렇게 어느 순간 주입됩니다.
사회주의와 리얼리즘 미술은 이 사회에 노동자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그런 그들을 계속 영웅시하면서 먼 미래의 유토피아를 주입시켰습니다.
변월룡 작가는 평생 고국을 그리워하며 구소련의 사회주의 이념에서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의 묘비에는 한글 이름 “변월룡인” 이 쓰여있습니다.그가 얼마나 고국을 마음 깊이 담고 있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안타깝게도 그가 세상을 뜬 4개월 후, 한. 러 수교를 맺게 됩니다.
※ 설명되는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슨트에게 제공하는 자료에 기본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 모든 글에 대한 지적재산 및 저작권은 도슨트 하히라 작가 본인에게 있으며 출처 없이 사용하는 것과 복제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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