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15. 10:10ㆍ작품 읽어보기
I’m Hurt
예술 작품 온전히 작가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 그런 구닥다리 미술 개념으로부터 탈피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입니다. 요즘의 작품들은 관람객과 소통하고 메시지를 던지며 무한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함경아의 자수 프로젝트는 저 멀리 북녘의 수공예 노동자들의 손을 빌려 완성한 작품입니다.
함경아 작가는 비디오, 설치, 사진, 조각, 전통매체 등 다양한 미디어를 사용합니다.
그녀의 작품은 다분히 사회적 성향을 띄면서도 그 시작은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에서 출발합니다.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를 작가는 자신의 집 앞에서 북한의 삐라를 발견하게 된 그날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나도 삐라를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고, 누군지 모를 임의의 북한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쟁과 폭력에 관련된 온라인의 기사와 이미지로 자수 도안을 만들고 중국에 있는 북한 출입이 가능한 제 3자를 통해 북한으로 자수 도안을 전달합니다.
그 뒤 북한의 자수 장인들이 그것을 가지고 자수를 놓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중간자를 통해 완성된 작품을 받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사실, 작품이 다시 한국으로 들어올 때, 간혹 정치적 이유로 빼앗기기도 했고, 또는 파손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작품 회수율이 30%를 넘지 못했으며, 분실, 연락 두절 등 긴 호흡이 요구되는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함경아 작가의 특유의 낙천적인 내심과 끈질김으로 지금 여러분 앞에 와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보여지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전달 과정, 제작 과정도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작품에 새겨놓은 문구를 북한 사람이 자수를 놓기 위해 텍스트를 어쩔 수 없이 읽고 보게 되는 행위가 바로 '삐라'와 비슷한 기능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한적이지만 공간적 거리와 이데올로기적 장벽을 뛰어넘는 소통의 시도
그 자체와 그것을 둘러싼 전 과정 모두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경아 작가의 자수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 중인 on going project 입니다.
※ 설명되는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슨트에게 제공하는 자료에 기본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 모든 글에 대한 지적재산 및 저작권은 도슨트 하히라 작가 본인에게 있으며 출처 없이 사용하는 것과 복제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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