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29. 10:00ㆍ작품 읽어보기
공포를 완화하는 의자
박원주 작가의 이 작품은 미국의 사형 의자가 모티브입니다. A4용지로 제작된 작품은 하얀색으로 인해 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작품 제목은 <공포를 완화하는 의자>입니다.
박원주 작가는 작업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미국 역사박물관을 찾아가 사형집행에 사용되었던 전기의자를 관찰하고 자료와 도면을 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사형집행을 위해 쓰이는 전기의자가 오직 한 사람밖에 죽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형되는 순간 - 절대 고독의 상태에서의 공포를 완화해 줄 수는 없을까 ? 라는 엉뚱한 상상을 시작합니다.
박원주 작가의 의자가 기존의 사형 의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두 명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일 텐데요. 작가의 상상은 공포와 고독을 완화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이렇게 2인용 사형 의자를 제안하였습니다.
박원주 작가의 작업은 이렇듯 - 모순과 아이러니를 통해서
실제와 개념의 차이에 주목하며, 그런 의미들을 새롭게 파생된 의미로 유도합니다.
A4용지로 만들어진 이 의자는 조각으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의자의 기본적인 기능이 사실, 상실되었습니다. A4용지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돌이나 철 같은 조각 재료에 비해 훨씬 덜 물질적이고 가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이것으로 조각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조각 영역에서는 혁명적인 재료의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종이는 쉽게 찢어지고, 구겨지며, 또 습기에 예민하기까지 하기 때문에 웬만한 인내심과 집중력을 가지지 않고는 작업을 망칠 수 있습니다. 보존성까지 떨어지는 이 재료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박원주 작가가 적극적으로 A4용지를 사용한 데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측면에서 구하기 쉽고, 우리가 유용하게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A4용지로 만들어진 이 무거운 존재 <공포를 완화하는 의자>는 기능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이렇기도 하고 저렇기도 한 우리들의 심리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의자입니다.
※ 설명되는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슨트에게 제공하는 자료에 기본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 모든 글에 대한 지적재산 및 저작권은 도슨트 하히라 작가 본인에게 있으며 출처 없이 사용하는 것과 복제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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