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시간의 투자 - 최병소

2022. 8. 30. 10:00작품 읽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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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최병소 - 무제
최병소 - 무제 ㅣ1979 (2002재현)

 

 


최병소(1943- ) 작가 작품에 나타나는 물질성과 행위성은 1970년대 모노크롬 회화와 궤를 함께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가 대학을 다녔던 1970년대 초는 유신이 공표되었던 시기로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가 억압되어 있었다. 1975년 어느 날 작가는 신문지를 볼펜으로 무심히 칠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신문을 읽을 수 없게 지워나가는 행위였다. 먼저 신문 위에 볼펜으로 빽빽이 칠한 뒤 다시 그 위에 연필로 칠을 해나갔다. 이후 신문을 뒤집어 똑같이 볼펜으로 칠하고 다시 연필로 칠하면서 신문의 내용을 지우는 행위를 반복했다. 신문의 앞면과 뒷면을 동일하게 지워나감으로써 그는 결국 신문을 읽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다시 말해 신문이 지닌 사회적 소통의 의미를 완전히 없애 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볼펜으로 칠하고 연필로 덧칠함으로써 결국 신문지는 은근한 광채를 지닌 검은색의 단색 화면이 되었다. 검은색으로 뒤덮인 평면은 한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단색조 회화이자 검은 입체가 된 것이다.


  

최병소작가의 작품 <무제>입니다. 미술작품은 손으로 만지지 않고 눈으로만 감상해야 하죠. 그런 기본적인 상식을 제쳐두고 용기를 내서 한번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 작품입니다. 최병소 작가의 작품은 지금 보시는 것 외에도 더 크고 웅장한 것들도 있는데요. 종이라고 하기에는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 것 같으면서도 은근한 광채를 지닌 최병소 작가의 작품은이것은 무엇일까 라는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저는 처음에, 김을 말려놓았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작품이 어떻게 보이시나요?

 


어떤 작가에게공간이라는 개념은 작품을 이루는 필수적인 요소일 수도 있지만, 최병소작가에게 공간 개념은 거의 의식되지 않습니다. 그의 작업은 거의 늘 하나의 공간, 그러니까- 자신의 방과 스튜디오 안에서 자신과의 오랜 끈기의 싸움 끝에 완성됩니다. 그러므로 애초에외적 공간이라는 개념 자체를 의식하지 않는 자족 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 지금부터 이 작품 제작과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최병소 작가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신문지를 들고 들어가 그 신문지를 빈틈없이 볼펜으로 빽빽하 게 채우고 다시 그 위를 연필로 까맣게 칠하며 반복적으로 선을 긋고 지우는 작업으로 이루 어집니다. 그 결과 신문지 본래의 물성을 사라지게 만들어 (가리키며) 이렇게 - 시커멓게 타버린 듯한 를 연상시키는 완전히다른 물질을 만들어 냈습니다. 지금도 그는 하루 10시간씩 볼펜과 연필을 이용하여 신문지를 지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모든 문자들이 가차없이 지워진 채읽을 수 없는 신문으로 변한 이 물체는 너덜너덜한 형태를 유지하며 군데군데 부서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뿜어내는 아우라를 망연히 바라보게 됩니다.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는, 스스로를 오히려게으른 자라고 말합니다. 그는 작 가가 작품을 한다는 것은자기가 할 수 있는바를 표현하는 것인데, 온종일 의자에 앉아서 엉덩이와 뚝심만으로 작업하는 본인처럼 게으른 자가 어디 있냐며_ 이러한 작품은 오직 게으른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작업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최병소 작가가 대학을 다녔던 1970년대 초는 유신이 공표되었던 시기로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가 억압되어왔었습니다. 1975년 어느 날 작가는 신문지를 볼펜으로 무심히 칠하기 시작했고 앞면과 뒤면을 모두 까맣게 바꿔버림으로써 신문이 지닌 사회적 소통의 의미를 완전히 없애 버렸습니다.

 

 

그는 사실, 신문을 지우려는 게 아니라, 나를 지우고 싶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부정하고 싶었고, 그것이 작업으로 나타났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작업을 처음 시작하던 그때, 작가는 자기자신이 매우 못마땅하게 여겨졌다고 합니다. 쓸데없이 이기심이 많았던 것 같고, 탐욕과 허영심같은 감정이 지배적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작업을 하다 보니 그때와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많이 다르다며_ 자신도 모르게 작업을 지속하면서 정화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최병소작가는 내가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작품을 하다 보니 그런 이전의 자신이 본인도 모르게 씻겨 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그가 만든 읽지 못하는 신문은

이제는 평면을 넘어선 한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단색조 회화이자 검은 입체가 되어버렸습니다.

 

 

 

 

 

 

 

 

 

 

※ 설명되는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슨트에게 제공하는 자료에 기본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  모든 글에 대한 지적재산 및 저작권은 도슨트 하히라 작가 본인에게 있으며 출처 없이 사용하는 것과 복제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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