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히 라의 전시탐방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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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I : 참 좋은 제목
안드레아스 거스키 - 무제 I Untitled 작가들이 참 좋아하는 제목 : 무제 무제라는 그 명칭은 많은 것은 내포하고 있다. 거스키의 무제 시리즈는 참 좋다. 이따금씩 나도 이런 걸 찍어댈 때가 있어 동질감도 느낀다고 해야 하나 ? ㅋㅋ 멍 때리다 벽지 무늬에 빠지기도 하고 장판의 소용돌이를 따라가기도 한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찍는 거스키도 주변의 어떤 물체를 빤히 바라보고 이것저것 별의별 생각을 다 한다고 생각하니 왜인지 거스키랑 가까워진 느낌이다. 무제 Iㅣ1993 이 작품은 거스키가 뒤셀도르프 미술관에서 촬영한 카 펫 바닥의 일부분이다. 작가는 작품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놓고자 “무제”라는 제목을 사용했다. 작품에는 ‘어떤 장소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가 아니라 우리가 보험 회사나 은행에서 밟..
2022.06.16 -
Kodak 코닥 : 내겐 따뜻한 인위성
안드레아스 거스키 - Kodak 코닥 코닥회사는 우리의 모든 일상을 담길 원했다. 순간의 기록이 영원하게끔 말이다. 거스키는 그런 코닥회사를 그 회사의 철학과는 반대로 정직하게 자신의 화면 안에 담아냈다고 한다. 그러니까 코닥필름이 추구하는 방향과 다르게 철저히 계산하에 회사를 한폭에 담아내기 위해 계획적이고 인조적으로 행했다는 말이다. 글쎄, 가끔 그런 설명들이 와닿지 않을때도 있다. 나는 그저 이 사진 앞에서 코닥이라는 회사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가끔은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감상하는 사람의 관점은 별개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냥 이 사진속 코닥이라는 회사가 참 좋다. 굳건히 서있는 저 건물안에서 수없이 일을 하던 누군가로 인해 내가 사진이란 걸 쉽게 접하고 찍고 추억을 남길 수 있게 해 줌에 말이..
2022.06.15 -
[ ANDREAS GURSKY ] ART HISTORICAL REFERENCES
GURSKY's ART HISTORICAL REFERENCES AMORE PACIFIC MUSEUM OF ART ANDREAS GURSKY section 2 : ART HISTORICAL REFERENCES 거스키 작품의 특징 가운데 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에 대한 언급을 빼놓을 수 없다. 1955년에 태어난 작가는 전후의 폭발적인 현대미술 운동들을 목도하며 성장했다. 그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잭슨 폴록이나 바넷 뉴먼의 추상미술 등 당대의 다양한 경향들을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사진을 현대미술에 본격적으로 진입시켰다. 작가는 에서 리히터의 컬러차트와 솔 르윗의 조각적 특성을, 에서는 폴록의 '올 오버' 회화와 유사한 구성을 선보이고, 에서는 뉴먼의 작품을 직접적으로 참조한다. 이처럼 거스키는 사진과 미술의 경계..
2022.06.14 -
라인강 III : 변해버린 강
안드레아스 거스키 - 라인강 III 가을의 강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내겐 내가 보고 있는 강의 풍경이 그리 어색하지도 않았고, 문제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생기 있던 라인강의 사진을 찾아보자 내가 바라보고 있던 사진을 다시 살펴봐야만 했다. 가뭄으로 모든것이 멈춰버려 황폐해진 라인강의 모습이라는 말에 이 사진이 계절감이 주는 황량함이 아니란 걸 깨닫자, 자연의 작은 변화가 주변의 모든 환경을 바꾸어버린다는 그 실태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그래, 사람은 느껴야 깨닫는다. 지구온난화라든가, 열평균이나 혹은 그로 인한 동식물들의 서식지의 변화는 말로만 떠들 필요 없이 확실한 이미지 하나면 그 경각심을 자극할 수 있다. 라인강 IIIㅣ2018 2018년작 거..
2022.06.10 -
평양 : 장관의 집단사회
안드레아스 거스키 - 평양 VI , 평양 VII 왜인지 이런 각도에서 꼭 찍어야만 할 것 같았다. 가끔 내가 북한에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나는 그곳에서는 가능성이 있는 아이가 아니었을까, 이상한 상상도 해본다. 북한은 아이들 교육에 국가가 힘쓰고 있고 재능 있는 아이라면 특출 나게 키워내는 시스템이다. 물론 수없이 어려운 북한의 배고픔은 익히 듣고 알고도 있지만, 그런 사회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정부가 힘을 써 영재교육에 매진하고 철저하게 줄 맞춘 교육을 끊임없이 연습시키는 그런 사회에서 나는 하라는 대로 아주 잘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부모의 경제력이 아닌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는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사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는 말..
2022.06.10 -
시카고 선물거래소 III : 없어지는 거래소
안드레아스 거스키 - 시카고 선물거래소 III 예전엔 주식을 어떻게 했을까 ? 그러니까, 진짜로 예전엔 주식을 어떻게 했을까 ? 매도하고 매수하는 그 한순간마다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 내가 초등학교 시절 : 아랫집 아저씨가 퇴직하고 주식하러 다닌다고 아침에 나가서 3시면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니까 불과 몇십 년 전까지도 주식을 하려면 거래소에 가서 이러쿵 저러쿵 했다는 것이다. 지점에 가지 않고 거래 프로그램을 설치해 컴퓨터나 스마트폰 하나로도 많은 은행업무와 주식 그리고 펀드 등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 시대에 내가 어른으로 살아가는 게 참 좋다가도 사라져 가는 그 모든 아날로그적인 모든 것들이 아쉽고 참 그렇다. 시카고 선물거래소 IIIㅣ2009 은 선물거래소의 심장부에서 정신없..
2022.06.08 -
무제 XIX : 튤립 밭
안드레아스 거스키 - 무제 XIX 그러니까 이게 튤립 밭이라는 거다. 튤립이 활짝 펴있는 그 모습을 높이높이 올라가 촬영하였다고 한다. 같은 것 같지만 다르고, 다 똑같아 보여도 모두 제각각인_ 그 튤립 꽃들과 일자로 늘어진 튤립밭이 자세히 보니 정말 그렇게 있다. 거스키의 대형 사진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데 그 가장 큰 원동력은 이건 뭘까 라는 궁금증이다. 가까이 다가서기 전까지 나는 이것이 꽃밭인 줄 몰랐다. 그리고 그 중간중간의 튤립이 비어진 줄도 몰랐다. 아마 예쁘게 피어져 때가 된 튤립은 팔려나간 것 같다. 이렇게 추상적으로 보이는 이 거대한 자연물들의 집합을 보고 있자니 이래서 수많은 작가들이 자연물을 보고 영감을 얻고 추상화를 휘갈리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무제 XIXㅣ2015 ..
2022.06.08 -
아마존 : AMAZON.COM
안드레아스 거스키 - 아마존 have fun make history work hard 아마존도 결국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곳이구나. 저렇게 수많은 물품 속에서 have fun 할 수 있을까 ? make history, work hard는 가능해 보인다. 아마존ㅣ2016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를 촬영한 이 작품은 선반에 빼곡히 들어찬 상품들을 모두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디테일과 압도적인 크기가 인상적이다. 작가는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의 변화와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감소된 시지각의 역할을 보여주기 위해 각 각의 선반을 따로 찍은 후 디지털로 합성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렇게 드러난 이미지는 소비 지상주의의 핵심과 세계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2022.06.07 -
99센트 : 지구촌 문화
안드레아스 거스키 - 99센트 우리나라엔 다이소가 있고 일본엔 100엔 샵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문화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 지구촌 문화이다. 99센트 상품들이 진열된 이 공간의 사진은,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네" 라는 생각을 하게 함과 동시에 저 광활한 매장의 소비행태를 한 번 더 되돌아보게 한다. 99센트ㅣ1999 (리마스터 2009) 끝없이 펼쳐진 알록달록한 상품들을 담은 이 작품은 로스앤젤레스의 대형할인점을 보여준다. 구체적인 위치를 드러내지 않는 익명의 제목 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 소비문화를 상징한다. 높은 위치에서 촬영된 작품은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느낌과 거리감이 더해진 추상적 이미지로 나타난다. 2009년에 리마스터 (remaster)된 작품으로, 작가는 1999년의 필름 사진을..
2022.06.07 -
유타 : 차안에서 찍은 여행사진
안드레아스 거스키 - 유타 그치 , 요즘 사람들 다 폰으로 사진 찍지 누가 카메라 렌즈씩이나 들고 다니면서 찍을까 ? 나 또한 그 작은 디카마저도 잘 휴대하지 않는다. 폰 안의 카메라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며 꽤 멋진 연출도 가능하다. 이따금씩 폰을 찍은 영화제가 열릴 때면 내 손 안의 네모난 기계의 숨은 가치를 절실히 느끼기도 한다. 여행 중 달리는 차 안에서 찍은 그 순간의 기록이 거스키의 작품이 되었다. 나도 이렇게 자주 찍는다. 남편은 운전을 하고 나는 아이와 뒷좌석에 앉아 나오는 음악을 흥얼거리고 그리고 날씨가 좋은 어느 날이면 창문을 내려 찰칵 혹은 그 지나침을 영상으로 남겨놓기도 한다. 어디에 올리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그 이동 중에 찍은 사진은 날것이지만 참 삭제하긴 아깝다. 거스키의 유타..
2022.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