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읽어보기(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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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로 방문하는 집 - 권하윤
새(鳥) 여인 서울관 [불확정성의 원리]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전시 제목이 독특합니다. 독일 물리학자 하이덴베르크의 양자물리학 이론인 ‘불확정성의 원리’에서 착안했는데, 이는 ‘하나를 측정하는 동안 다른 하나가 변화하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전시에 참여한 네 명의 작가는 오랜 기간 연구를 기반으로 진행형 작업을 하고 있어 완전한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계속해서 변해가는 모습이 작품이 되는, 그래서 어느 지점에서 작업이 완료됐다고 말하기가 불확실합니다. 우리는 역사처럼 공적인 사실은 대부분 맞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가들은 개인의 기록이나 공적인 사실마저도 ‘이것이 사실일까, 혹시 놓치고 지나는 것이 있지 않을까, 그것을 증명해봐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작..
2022.08.04 -
전세계가 직면한 문제 -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노숙자 수레 국립현대 미술관 서울관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 이번 전시는 크지슈토프 보디츠코의 지난 40여 년간의 작품 세계를 망라하는 회고전입니다. 부제목인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은 작가의 주요 활동을 묶어주면서 시기별 변화 과정으로 마련되었습니다. 여기서 기념비는 공공장소의 상징적인 건축물과 인물의 동상인데, 예를 들어 전쟁기념관이나 유명한 미술관 또는 미국 링컨 대통령 동상 등입니다. 프로젝션은 기념비를 스크린 삼아 그 위에 영상을 투사하는 작업입니다. 제2차 세계 대전 [第二次世界大戰] 1939년 9월,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되어 1941년 12월, 태평양 전쟁 개시와 함께 세계 전쟁으로 발전한 추축국과 연합국 사이의 대전쟁을 말한다. 1945년 5월에 독일이, 같..
2022.08.03 -
자를 대고 그린 그림 - 권민호
시작점의 풍경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빛·소리·풍경]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문화재청 덕수궁 관리소와 함께 진행하는 전시로, 올해로 120주년이 되는 대한제국 선포(1897년)를 기념하며 그동안 익숙하던 화이트큐브 형식의 미술관 내부에서 벗어나 이색 공간인 덕수궁에서 펼쳐지는 전시입니다. 덕수궁은 임진왜란 직후 선조가 머물면서 왕궁으로서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고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조선이 자주 독립군임을 대외에 밝힌 의지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번전시는 이러한 역사적 공간을 참여 작가(9명)들이 수 개월간 출입하면서, 대한제국시기를 모티브로 덕수궁에 내재된 역사적 배경과 독특한 공간적 특성을 작가 본인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조형적인 접근을 시도한 작품들로 덕수궁 내 7개의 공간에 마련되었습니다. 덕..
2022.08.02 -
시민의 반항 - 리처드 해밀턴
The citizen 시민 국립현대 미술관 과천 - 리처드 해밀턴 : 연속적 강박 [리처드 해밀턴: 연속적 강박]전은 2017-2018년 한국과 영국 - 상호 교류의 해를 맞아 기획되었으며, 한국에서는 최초로 개최되는 리처드 해밀턴의 개인전입니다. 2011년 작가가 타계한 이후 영국 - 테이트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통해 리처드 해밀턴의 작품세계가 재조명되었지만, 국내에서는 그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드물었습니다. 1922년 런던에서 출생한 리처드 해밀턴은 새로운 관념으로 현대 사회를 바라보고 이를 시각적으로 재해석 한 영국을 대표하는 팝아트 혁신가 입니다. 리처드 해밀턴은 현대 사회의 대량 생산 이미지에 매료됐고 인간의 소비, 욕망의 생성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미지의 재생산과 그것의 작동..
2022.08.01 -
조선인의 황색소 - 이중섭
황소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너무도 친숙한 이중섭이라는 화가 이름이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화가’라고 할 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 이름입니다. 세상을 떠난 후 지금까지 신화적인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중섭~ 하면 잘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못하고, 작품도 도판으로 보신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럼 이제, 이중섭의 황소를 직접 감상해 볼까요 ? '소'라는 소재는 이중섭에게 자화상 같은 대상임과 동시에 조선의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당시 출품된 이중섭의 작품을 보고 일본의 한 비평가는 조선인의 힘을 보여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 라고 호평을 합니다. 소 한 마리가 묵직한 다리를 움직여 화면 왼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앞발을 들어 올렸다가 다시 땅을 내디디려는 순간, 고개를 돌려 ..
2022.05.20 -
가족을 사랑한 - 이중섭
복숭아 밭에서 노는 가족 은지화 1953-54 통영 이중섭 하면 은지화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은지화는 이중섭이 창안한 새로운 기법의 작품입니다. 이중섭 작가는 생전에 이 은지화들이 ‘벽화’를 그리는 밑그림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 가족을 만나러 갔을 때, 아내에게 은지화들을 보여주면서 언젠가 형편이 되면 대작으로 완성시키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자 그럼, 그림을 함께 보실까요 ? 복숭아나무가 가득한 도원입니다. 활짝 핀 꽃들과 싱싱한 이파리들 사이로 커다란 복숭아가 탐스럽게 열려 있습니다. 비둘기가 날고 나비가 나풀거리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아이들은 제멋대로 뒤엉켜 놀고 있습니다. 은지화에는 당시의 전쟁 고통과 어둠은 찾아볼 수 없고 아이들이나 가족들 모두가 눈을 감고 서로가 신..
2022.05.19 -
아빠 - 이중섭
봄의 아동 이번에 소개해 드릴 작품은 국민화가라고 불리는 이중섭 작가의 입니다. 마치 봄날의 어른거리는 느낌이 담겨져 있습니다. 두꺼운 종이 위에 색을 칠한 뒤 선을 긋고 다시 덧칠하고 또 긁어내는 반복의 과정을 거쳐서 완성한 이 작품은, 여러 물감층이 언뜻언뜻 비쳐지는 자연스러운 표면 효과를 보여줍니다. 덧칠을 했지만 두터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표면이 종이바닥에 밀착되면서 오래된 느낌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중섭은 뭔가 반짝반짝한 새것 같은 느낌을 좋아하지 않아서 새 옷도 헌 옷 처럼 만들어 입었다고 합니다. 발가벗은 아이들은 나비를 잡고, 꽃대를 들고, 나뭇가지에 매달리기도 합니다. 구석에 숨은 아이까지 다섯 명의 아이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비례가 맞지 않은 신체는 서로 맞닿은 채 연결되어 있습..
2022.05.19 -
둘째딸과 남향집 - 오지호
남향집 은 오지호(1905~1982) 작가가(1905~1982) 동경 유학을 마치고 광복 이전까지 살았던 개성의 집을 그린 것입니다. 집 앞에 큰 나무가 있습니다. 붉은 옷을 입은 아이는 작가의 둘째 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담장 밑의 삽살개는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평화로운 오후의 모습이죠. 여기서 주목 할 것은 나무의 그림자입니다. 그림자의 색깔이 어떤가요? 보통 그림자를 회색의 모노톤으로 표현하는데 반해 이 작품의 그림자는 푸른빛으로 보입니다. 오지호 작가는 그늘에도 빛이 있다 라고 생각했고 ‘그늘은 빛이 가려진 것이 아니라 빛이 변화된 것’ 이라는 인상주의 철학을 주장하면서 햇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현상적인 색채들을 사용하여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을 정립시킨 화가입니다. 그는,..
2022.05.18 -
막연한 파란추상 - 김환기
달 두 개 김환기 작가는 추상회화의 선구자로 동양의 직관과 서양의 논리를 결합하여 한국적 특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표현한 우리나라 대표 화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환기 작가의 입니다. 나란히 있는 두 개의 달은, 산과 줄무늬 구름, 그리고 은하와도 같은 강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추상화한 형태들 - 산, 그리고 해 일수도 있는 저 달과 구름의 관계는 그 모든 것이 자연에서부터 물리학적으로 이루어지듯 김환기 작가만의 세계 속에 어우러져 그 관계가 설정됨과 동시에 또다시 창조되었습니다. 오랜 외국 생활에도 불구하고 한국적인 미적 감각을 간직한 그의 캔버스에는 자연의 생성과정을 담아낸 우주적인 시적 세계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주조색인 청색은 넓고 커다란 공간 속에서 고요한 메아리를 내며 작가의 손에 ..
2022.05.17 -
산을 사랑한 - 유영국
산 (지형) 유영국 작가는 우리가 대상을 볼 때 느끼는 감상을 추상적으로 재구축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사진처럼 보이는 그대로를 재현하는 것이 아닌,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재현하고 간단한 조형원리만을 가지고 자연의 울림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지금 보시는 1959년작 은 '산'이라는 모티브를 끊임없이 변주시켜 세련화시킨 작품입니다. 작품에 사용된 색채들은 공간에 생기를 주고 있으며, 작가의 이전 작품에서 보였던 선적인 표현에서 벗어나, 면과 추상 공간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 냈습니다. 유영국 작가의 그림은 자연 중에서도 유독 산의 그림이 많습니다. 이것은 산과 숲으로 둘러싸인 고향 - 울진에서의 경험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를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닌, 심상의 재현, 에너지의 재현이야..
2022.05.16